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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더 위험하다"...5060 '고립'이 몸까지 망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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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준비하거나 곧 맞이해야 하는 50대 이후에는 사회적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고립감과 상실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바깥 활동이 줄고 신체 기능마저 저하되면서 정서적으로도 서서히 무너지기 쉬운 시기다.

이러한 정서적 위기는 단순한 심리 변화를 넘어 실제 신체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3월 미국 '노인병 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의 우울증·초조함 등 심리적 증상은 '외로움'과, 호흡 곤란·지속적인 기침 같은 신체 증상은 '사회적 고립'과 각각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의 고립이 몸의 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노년기 우울증이 단순 노화 현상으로 오인되기 쉬워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노년기 우울증은 방치할 경우 인지 기능 저하, 치매, 근감소증 등 노년 증후군으로 발전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이에 노년기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권순모 원장(마음숲길정신건강의학과의원)과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신체 기능 저하부터 뇌의 변화까지...노년기 우울증의 복합적 원인
노년기 우울증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 기력이 떨어지거나 마음이 약해진 상태가 아닌, 뇌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과 신체적 질병, 사회적 고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나타나는 의학적 질환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는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다. 권순모 원장은 "노년기에 접어들며 과거에는 무리 없이 해내던 활동들을 하나둘 포기하게 되면서 좌절감이 쌓이고, 자존감이 서서히 낮아진다"며 "여기에 경제력 상실, 배우자나 가까운 지인과의 사별, 자녀와의 갈등, 사회적 고립 등 노년기에 집중되는 다양한 '상실 경험'이 우울증의 토대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암과 같은 만성 질환도 중요한 유발 요인이다. 질환으로 인해 식사나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만성적인 통증이 지속되면 정서적으로도 무너지기 쉽다. 생물학적으로는 세로토닌, 아드레날린, 도파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의 균형이 깨질 때 우울증이 발생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 물질들을 조절하는 능력과 저항력이 함께 떨어져, 한번 무너진 균형을 스스로 회복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나이 들면 다 그런 것'이 아니다...노년기 우울증만의 특징적인 증상
노년기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증상이 다소 다르게 나타나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잠이 오지 않고,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며, 만사가 귀찮아지는 것은 흔히 나타나는 초기 증상이다. 여기에 피로감과 무기력, 심한 우울과 불안이 동반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정서적 증상보다 소화 불량, 가슴 답답함, 두통, 근육통 같은 신체 증상이 전면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우울증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는 점이다.

이러한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생물학적으로 통증과 감정의 통로가 같기 때문이다. 우리 뇌에서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은 신체의 통증 신호를 억제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따라서 우울증으로 인해 이 물질들이 부족해지면, 평소라면 느끼지 못했을 사소한 신체적 자극도 뇌는 '극심한 통증'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문화적, 심리적 요인도 있다. 권순모 원장은 "현재의 노년 세대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절제하고 인내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을 신체적인 통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이 원인 모를 통증을 호소할 때 '내과·정형외과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니 꾀병'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은 몸이 보내는 가장 간절한 마음의 신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성치매부터 근감소증까지...노년기 우울증,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
집중력 저하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가성치매' 증상도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 중 하나다. 치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울증이 원인인 경우로, 두 질환은 진행 속도와 환자의 태도에서 차이가 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언제 시작됐는지 모를 만큼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반면, 우울증에 의한 가성치매는 발병 시점이 비교적 명확하고 수주에서 수개월 내에 급격히 나타난다. 환자의 태도도 다르다. 치매 환자는 자신의 기억력 문제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실수를 숨기려 하는 반면, 우울증 환자는 기억력 저하를 스스로 매우 고통스러워하며 인지 검사에서도 "잘 모르겠어요"라며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권순모 원장은 "인지 기능이 떨어졌다고 해서 모두 치매는 아니다"며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 저하는 적절히 치료하며 인지 기능과 일상생활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료 중 우울 증상은 호전됐지만 기억력 저하가 계속되거나, 항우울제에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신경퇴행성 질환이 함께 나타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신체적 측면에서도 우울증의 여파는 크다. 의욕 저하로 활동이 줄어들면 근육량이 감소해 근감소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노쇠·낙상·인지 저하 등을 포괄하는 5대 노년 증후군으로 발전할 수 있어 증상이 나타났을 때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부터 인지행동치료까지...70~80%는 좋아진다
노년기 우울증은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급성기 기준 70~80% 수준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권순모 원장은 "많은 환자들이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에도 '이 나이에 무슨 우울증 약이냐', '몸에 해롭지 않겠느냐'며 치료를 주저하시곤 한다"며 "하지만 노년기 우울증은 적절한 의학적 개입이 있을 때 치료 예후가 매우 좋은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치료의 중심은 약물치료다. 부작용에 취약한 노인의 특성을 고려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주로 사용된다. 만성 통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통증에도 효과가 있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를 처방하기도 한다. 불면 증상에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이 사용될 수 있으나, 과도한 진정 효과로 낙상을 유발할 수 있어 장기 복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약물만으로 부족하다면 인지행동치료(cbt)를 병행할 수 있다. '나는 이제 쓸모없다'는 식의 왜곡된 사고방식을 전문가와 함께 발견하고, 보다 건강한 관점으로 전환하는 훈련으로 재발 방지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본인·가족·사회가 함께...노년기 우울증 예방하는 법
예방 측면에서는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 잡힌 식습관, 운동을 통해 정서적 저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30분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과 이웃과의 정기적인 만남은 뇌 신경세포를 자극해 항우울제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햇볕을 쬐며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뇌 내 세로토닌 합성을 도와 기분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일기 쓰기, 식물 돌보기 등 소소한 일상의 성취감을 유지하는 루틴이 자존감을 지키는 핵심이 된다.

가족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어르신이 신체적 통증을 호소하거나 "다 귀찮다"는 말을 반복할 때 무심코 넘기지 말아야 한다. "요즘 마음이 허전하지는 않으세요?", "잠은 잘 주무시나요?" 하고 구체적으로 여쭤보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권순모 원장은 "결국 노년기 우울증 예방의 핵심은 고립되지 않는 것"이라며 "복지관, 시니어 클럽, 경로당 등 제3의 장소를 적극 활용하고,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고 내가 할 일이 있다는 느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본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 모두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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